"열댓 나이 소녀의 고백에 상처 주고 사랑이 아니라 설득하며 선을 넘기를 포기한 건 오빠면서 이제와 '실은 나도 사랑이었다' 말한다고 해도 바로 넘어갈 수 있을 리 만무하잖아.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해. 그러니까 이번에도 나를 설득해. 오빠 그거 잘하잖아."
승 : 우리는 왜 서로 상처주기를 그만두지 못할까
하다의 대답을 본 여정은 한참 웃느라 대답을 못 보냈대요.
"아이고. 이 아가씨 누가 이렇게 버릇 없어지게 뒀지?" 질문의 답이 여정 본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끊임없이 샐샐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기는 힘들지만 하다에게 먼저 상처를 준 것은 자신이면서 그 아이를 콕콕 찔러대곤 하는 자신의 비겁함에 수치를 모르지는 않는지라 손으로 입을 가리고.
하다는 어릴 때부터 이미 여정이 하는 잔소리 한 번은 시무룩하게 잘 들었어도 두 번이 되는 순간 표정 변하면서 "....... 오빠, 이제 용서 좀 하지?" 했을 거예요. 여정은 '그럴 때마다 혼내길 멈추지 않고 계속했어야 했는데.' 생각을 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입꼬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을 거예요. 조금도 귀찮거나 싫지도 않을 것이고요.
전 : 네 버릇은 어차피 모두 내가 구성한 것들이니
주여정은 꽤나, 아니. 대놓고 뻔뻔한 구석이 있어요. 어릴 적 표하다의 고백을 받아주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엑스들인데 질투하기를 그만두지 않고 숨기지도 않죠. 주여정은 웃는 얼굴로 표하다를 콕콕 찔러요. 사랑하니 더 가차가 없어져요. 이 아이의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.